[서울]은평- 숲세권 주택 '시연재(示然齎)'
은평구 뉴타운 단독주택 필지에는 한옥 마을과 일반 주택지가 공존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북한산을 두르고 내린천을 낀 등산로에 자리 잡은 주택 한 채. 서울 안에서 3대 가족이 ‘숲세권’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사는 중정 담은 집을 찾았다.

채광 좋은 거실에서 바라보는 가장 행복한 안뜰 중정의 풍경.
북한산 국립공원을 두 손으로 품고 중정으로 담다
대학생 자녀 둘을 키우며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임장미 씨 부부 가족은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그동안 꿈꾸었던 집을 짓는 일을 실천에 옮겼다. 땅을 고르고 건축가를 찾아다니고, 정기적으로 미팅을 반복하며 보낸2년여는 수고로움이 아닌 설렘 가득한 시간이었다. “결혼하고 처음 얻은 집이 다세대주택이었고, 줄곧 아파트에서 살았으니 우리 집을 짓는다는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 몰라요. 평소 주택에서 살아보자는 이야기를 남편과 쭉 해왔어요. 딸아이 학원 때문에 양평 쪽으로 자주 다녔는데, 한적한 전원주택들이 너무 보기좋았고 볼 때마다 부러웠어요.” 맞벌이를 하는 부부는 직장생활을 위해 서울 근교에 집을 지을 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 마침 은평구 뉴타운에 일반 주택필지 입찰이 시작됐다. 서울에 주택을 지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반쯤 걸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리 넓지 않은 대지로 나왔던 70평 땅을 입찰가에서1만원 높게 분양 신청했다. 그리고 낙찰되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집 짓기를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
다. 집을 지을 땅이 생겼으니 이제 집을 설계할 건축가를 찾아 나서야 했다. 천천히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잘 살려줄 건축가를 찾기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디자인 그룹 꼴라보의 정문철 건축가를 만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하우징 관련 전시 현장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스케치를 보는 순간 상상만 했던 집이 종이 위에 윤곽을 드러냈다. “가족 모두가 건축사사무소를 찾아가 각자가 우리 집에 담기를 원하는 바를 이야기로 풀어냈어요. 한 달여 뒤 스케치에 담긴 우리 집을 보는데, 정말 우리 가족이 가졌던 고민과 원하는 바를 현실화시킨 설계여서 마음에 쏙 들었어요.” 집은 북한산 등산로 쪽으론 닫혀 있고, 숲이 울창한 근린공원 방향으로 열려 있는 ‘ㄷ’자 구조를 틀로 잡았다. 집의 중심인 중정은 거실에서 통창으로 시원하게 마운틴 뷰를 담아낸다. 심플하고 담박한 틀을 갖췄지만 이를 덮고 있는 요소는 자연에 폭 안긴 듯 외피부터 콘크리트로 찍어낸 송판무늬 패널로 마무리하는 정교한 매무새를 보인다. 시공 기간만 10개월. 주택 한 채에 담긴 시각적 디테일은 집 안에서도 다양한 표정을 한 집을 고스란히 건축주가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윤준환

이 집의 계단실은 차경을 거실로 그대로 들이는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경관 하나도 놓칠 수 없어 소재와 디자인에 고심한 흔적이 묻어나는 부분. 간접등과 발목등 또한 가족의 안전을 위해 설계에 꼼꼼히 반영했다.



건축주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3층 옥상정원 앞 다락. 구름을 얹은 북한산을 바라보는 것도 이 집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묘미.



2층 부부의 침실. 테라스 문을 열면 언제나 북한산 경관을 여유롭게 누릴 수 있다.
층층마다 자연을 누리며 살기
건축가의 상상력을 통해 집 안 곳곳마다 숲세권 주택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거실의 큰 창으로 들어오는 이 집의 중정은 잔디 마당을 처음 갖게 된 가족에게 더할 수 없는 만족감을 준다. 가족 모두가 집에 돌아오면 되도록 오래 머물고 싶은 집이 된 것이 가장 큰 변화. 부부는 건축가에게 귀띔해 각자의 취미 방을 두어 집에 머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음악을 즐겨 듣는 남편은 지하 오디오 룸을 갖게 됐어요. 지하지만 창밖으론 오죽이 들어선 정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고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즐겨 연주했던 클래식 기타와 노래를 연습할 수 있는 서재형 취미 방을 얻었어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돼요. 시시각각 변화하는 집의 다양한 모습과 표정, 빛과 바람을 한시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비오는 날이면 집은 더할 나위 없이 차분한 힐링 공간이 된다. 특히 3층 다락에 앉아 옥상정원과 바깥의 북한산 숲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휴양림에 머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몸은 도심 속에 머물지만, 자연에 살고자 하는 욕심은 근거 없는 이상이 아니라 이 집을 통해 현실이 됐다. “아파트에서 살 땐 창을 열어놓기만 해도 먼지와 소음으로 꿈도 못 꿨던 일들이 주택으로 오면서 확연히 바뀌었어요. 아침에 눈뜨면 귓가에는 새소리가, 문을 열면 좋은 공기가 가득하죠. 아파트에 가서 다시 살라고 하면 이제는 못 살겠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아들방은 경사 지붕을 살려 위로 높게 트고 창을 가운데로 설계해 안팍으로 트인 시야가 인상적이다.

지하의 서재 입구 우측에 자리한 선큰 가든.
HOUSE INFO
대지면적 230.0㎡(약 70평)
건축면적 114.9㎡(약 35평)
연면적 270.07㎡(약 82평)
건폐율 49.73%
용적률 85.265%
건물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재 철근콘크리트
마감재 지붕_컬러 강판
외벽_송판 무늬 노출콘크리트,
타이거석재
단열재 비드법 단열재 2종 3호 120mm
창호 필로브 3중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