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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운중동-My friend’s house in Unjung-dong

자두살구네 2022. 4. 6. 00:10
 
 

친구네 집짓기

지인이나 가족의 집을 설계하는 일은 매우 즐겁다. 잘 아는 만큼, 잘 어울릴 만한 집을 제안하기도 좋고, 소통하기도 편하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의 <동검리 주택단지 펼친집>, 같은 반 친구의 <도천라일락집>이 그랬다. 물론 그 과정은 건축가가 하는 일반적인 일의 범위를 넘어 가족이며 친구로서 애정이 어린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매우 고된 시간이다.

판교에 집을 짓고 싶은 친한 친구가 찾아오면서 다시 즐거운 고민이 시작됐다. 판교 신도시 주택지에 <요철동>과 <모퉁이 집>을 지은 지 10년이 지났다. 풍경과 많이 변했다. 대부분 택지가 픽셀처럼 대지를 가득 채웠고, 가로와 공원 등 빈 곳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아직 집과 상가, 개울과 산은 어우러지기보다는 따로 떨어진 객체로 남아있다. 각각의 몸짓을 통해 웅성거리며 소리를 내는 것 같다. 판교의 풍경은 조탁될 시간이 여전히 필요해 보인다. 10년 동안 해마다 판교에 한 채 정도의 집을 지으면서 이 지역을 살폈다. 이 시대 도심형 주거에 대한 탐구와 사색의 과정이었다. 집에 대한 처음 생각은 외형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점점 더 선명해지고 명료해졌다. 우선은 건축가로서 집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고, 건축주들의 생활방식에 대한 의견이 다양해졌다. 이런 생각의 변화가 친구네 집에 잘 담겼다.

 

연결(전위) 공간이 주는 풍요로움

집의 형상은 언뜻 ㄷ자집으로 보이지만 내부 공간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아래채와 위채로 나뉘는 11자 형이다. 아래채는 낮은 경사 지붕을 가진 필지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진 다면체이고 위채는 평지붕을 가진 직육면체이다. 이 집은 긴 동선을 가졌다. 아래채 하부를 통해 진입한 마당을 거쳐 별채와 본채 현관 그리고 지하 다목적실로 각각 들어갈 수 있다. 움직임을 통해 경험을 극대화하는 곳이 전위공간이다. 이 공간들이 풍요로움을 가질 때 작은 집이지만 품격과 격조가 드러난다.

실내 면적을 줄여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외부공간을 만들었다. 마당과 연결된 곳이나 아래채와 위채가 만난 곳에 마루와 같은 반 외부공간이 있다. 이곳을 통해 방과 방, 채와 채 사이가 나뉘어 진다. 내·외부공간이 결합된 형식으로 계절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중심 공간보다 부속 공간을 강조했다. 가족 구성원이 단출해 짐에 따라 방 개수나 거실 면적을 줄이고 생활의 편익성을 주는 식당, 부엌, 화장실, 옷방, 다용도실을 확장했다. 더 여유로운 생활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비편(非便)한 집

집은 불편(不便)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편해 보이는 것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린 아파트에서 이미 경험했다. 이 집은 때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집이다. 우리가 익숙한 아파트의 편리한 공간 구조와 기능에 반하고 대척점에 있는 집이지만,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재료, 질감, 소리, 기억이 담겨있다. 그리고 판교에 흔하게 볼 수 있는 보여주기 위한 집이기보다 친구네 집처럼 이웃과 어울리고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편안한 집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요즘 사용되는 비혼(非婚)이라는 단어에는 일반적인 상태나 상황을 넘어서는 개인의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같은 것이다. 건축가인 친구의 의지와 건축주인 친구의 마음이 닿아 만든 이 집이 비편(非便)한 경험을 통해 몸과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리라 기대한다.

My friend’s house in Unjung-dong

운중동 친구네 집

대지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지역지구: 제1종전용주거지역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40㎡
건축면적: 119.19㎡
연면적: 285.4㎡
규모: 지상2층, 지하1층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청고벽돌, 스테인레스 산화발색, 목재
설계담당 : 김영찬
사진 : 박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