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콘크리트/국내(기타)

[마포]패션 디자이너의 트렌디한 상가주택

자두살구네 2018. 6. 19. 11:50

집을 짓는다는 건 자신이 살아온 양식을 드러내는 일이다. 세상에 똑같은 집은 존재할 수 없고, 우열을 가릴 수도 없다. 여기, 건축주가 살아온 흔적과 살아갈 바탕을 고민해 지은 집을 소개한다.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우선순위가 있다. 집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안락함을, 누군가는 환금성을, 또 다른 누군가는 실용성을 가장 우위에 둘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트렌드에 민감하고 촉이 남달라야 하는 패션 디자이너인 건축주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건축적 감동을 느끼고 싶어 했다.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즐비하고 세계의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공원이 있어 반려견과 산책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연남동은 이들의 거주지로서도 최적의 선택지였다.

 

 

탄화목을 두른 박스가 집에 특징을 부여한다.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홈을 만들어 끼우는 형태의 수직사이딩으로 시공했고, 입면 비례감을 위해 창호 근처에 루버형 패턴을 덧대었다.

집에 대한 자신들의 관점과 태도에 동의해주고, 감각을 충족해줄 젊은 건축가를 물색한 끝에 조앤파트너스 조현진 대표를 만났다. 그는 부부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주었고, 함께 고민하고 공들인 집이 ‘드디어’ 연남동에 지어졌다.

높은 층고의 라운지 한쪽 벽면에는 황동 봉으로 프레임을 짠 선반이 채워졌다. 하부장과 나무판은 월넛으로 제작해 골드톤과 조화를 이룬다.

경쾌하면서 단단한 인상의 외관

나무 박스가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주택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근린생활시설로, 2~4층을 주거 용도로 쓴다. 애쉬(물푸레나무) 탄화목을 사이딩 방식으로 구성한 입면은 이 집의 특징인 동시에 맞은편 벚나무가 그림자를 드리우는 캔버스가 되어준다.

1층엔 건축주의 쇼룸이 들어섰는데, 길가로부터 이격해 지하층 채광을 위한 선큰을 마련하고 나무 박스 입면을 강조하는 효과를 낸다.

나무 박스를 강조하기 위해 시멘트 블록, 노출콘크리트, 유리 난간 등 미니멀한 재료를 통해 디자인의 강약을 조절했다. 안정성 있는 캔틸레버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2층 바닥의 보를 더 두껍게 계획했다.

POINT 1 송판무늬 노출콘크리트 _ 입면 목재의 폭과 같도록 기성 거푸집이 아닌 현장에서 송판의 켜를 내어 결을 만들었다.

POINT 2 우체통 인입 _ 주택의 외관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외부 계단 벽면에 우체통을 인입했다.

SECTION   ①근린생활시설 ④라운지 ⑧침실 ⑩다이닝룸 ⑪테라스
창이 그리 많지 않아도 실내가 환하고, 층마다 한 군데씩은 맞바람이 통하도록 적재적소에 개구부를 배치했다.

POINT 3 채광과 통풍 _ 천장 가까이의 측창은 환기와 통풍을 위해 전동형으로 여닫을 수 있도록 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마포구 | 대지면적 ▶ 129.56㎡(39.19평) |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4층 | 건축면적 ▶ 72.21㎡(21.84평) | 연면적 ▶ 277.41㎡(83.91평) | 건폐율 ▶ 55.74% | 용적률 ▶ 150.54% |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12.05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 단열재 ▶ 압출법보온판 70mm, 125mm, 150mm, 220mm | 외부마감재 ▶ 외벽 - 송판무늬 노출콘크리트, 애쉬 탄화목사이딩 / 지붕 - 외부용 타일 바닥 마감 | 담장재 ▶ 시멘트블록 | 창호재 ▶ 이건창호 알루미늄 시스템창호 로이 24mm PVC 이중창호(에너지효율 2등급) | 에너지원 ▶ 도시가스

전기·설비·기계 ▶ ㈜인우이엔씨 | 구조설계 ▶ BASE구조 | 조경 및 시공 ▶ 조앤파트너스 건설(CLP) | 설계 ▶ 조앤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02-3445-0998 | http://cho-partners.com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담은 라운지

부부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자 손님을 맞이하기에 제격인 라운지 공간은 마치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부부가 원래 가지고 있던 가구와 그림, 소품 등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는 설계의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했다. 높은 층고를 구현하고 동선을 합리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현관과 욕실, 게스트룸은 한데 몰고, 같은 레벨이지만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질 수 있도록 한쪽에 유리 난간의 메자닌을 설치해 공간감을 달리 주었다.

A/V실로 쓰는 메자닌(복층) 아래는 한쪽 벽면 상부에 스크린을 매입했다. 사면에 위치한 스피커의 위치와 종류도 사전에 파악해 바닥과 벽부에 전기 설비가 반영되었다.

POINT 4 에어컨을 숨기는 루버월 _ 벽면의 일부인 것처럼 공간을 만들어 에어컨과 빔 프로젝터를 두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노출콘크리트 위 코팅, 친환경 수성페인트 / 바닥 - T&S(수입타일), 신명마루(NASS 원목마루) | 욕실 및 주방 타일 ▶ T&S(수입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바스데이(QUADRO, SATURNBATH) | 주방 가구 ▶ 제작 가구(루베) | 조명 ▶ 문화조명(LED조명), 삼진E&C(David Chipperfield), 두오모(TOM DIXON), 르위켄(루이스 폴센) | 계단재,난간 ▶ 화이트 오크 집성목 + 평철 난간 | 현관문 ▶ 이건창호 | 중문 ▶ 제작도어(금속자재 + 도장 마감 + 망입유리) | 방문 ▶ 제작 도어 | 붙박이장 ▶ TAAS(책장, 신발장), S&N 신명가구(드레스룸)

개방감이 느껴지는 메자닌 침실

자녀가 일찍 독립해 부부 두 사람만 거주하므로 많은 방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 침실을 별도로 만들기보다 거실과 하나로 통합된 로프트(loft) 타입으로 제안되었다. 층은 분리되어 있지만, 2층과 같은 벽과 천장을 공유하며 보이드를 통해 시각적으로 연결했다. 침실 크기에 버금가는 넉넉한 사이즈의 워크 인 클로짓(Walk in Closet) 드레스룸은 위생 공간과 붙어있어 자연스러운 동선을 유도한다.

침실은 오크 계열의 질감이 좋은 원목마루를 깔았다. 슬라이딩 도어에도 적용해 통일감을 주었다.
계단실과 복도, 서비스 공간을 메인 공간과 분리했다.  /  가지고 있던 그림의 크기를 고려해 벽면과 가구를 배치하고 간접조명으로 연출했다.
고개를 들면 천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욕조에서 하루의 고단함을 잊는다.
PLAN ①근린생활시설 ②주차장 ③현관 ④라운지 ⑤게스트룸 ⑥욕실 ⑦보일러실&창고 ⑧침실 ⑨드레스룸 ⑩다이닝룸 ⑪테라스

테라스가 있는 다이닝룸

짐을 오르내리는 수고가 있더라도 테라스와 함께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 주방은 4층에 위치한다. 별도의 조리가 필요 없는 스낵이나 핑거 푸드 등은 오픈 아일랜드에서 감당하고, 불을 쓰거나 냄새가 나는 요리를 위한 공간은 따로 마련했다. 창을 열면 그리 크지는 않아도 노천카페 같은 느낌의 외부 공간이 있어 여러 명의 손님도 수용 가능하다.

4층은 대리석 패턴의 바닥재를 깔았다.
다이닝룸은 4인용 식탁과 텔레비전 등을 두어 두 사람을 위한 소거실 역할도 겸한다.
바닥과 어울리는 화이트톤의 주방 가구는 ‘ㄷ’자형 동선을 따라 배치되었다.  /  4층에 마련한 테라스는 반려견을 위한 놀이터이자 마당이 없는 도심 주택의 다목적 공간으로 쓰인다.
작지만 강한 상가주택들이 모여 매력적인 도시를 만든다.
조앤파트너스 조현진 대표

최근 젊은 건축주들은 작업실/상가를 겸한 주택을 주로 짓는다. 일자리와 집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있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중요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여기에 한몫한다. ‘드디어 연남’을 설계한 건축가에게 요즘 집짓기 트렌드에 대해 물었다.

'드디어 연남'을 비롯해 조앤파트너스는 주거공간과 작업실/상가 등이 혼합된 형태의 주택을 다수 작업했다.  /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잭슨빌딩은 커뮤니티 펍+작업실+집 구성의 주택이다. ©변종석  /  홍은동 주택은 1층에 라운지형 차고를 설치해 주차장 겸 다목적 공간으로 쓴다. ©정해욱

Q. ‘드디어 연남’을 비롯해 주택 1층에 작업실이나 상가를 배치한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했다.

파리나 뉴욕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저층 상가 - 상층 주거의 구성이라 도시에 늘 활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대단지 아파트와 상가시설이 따로 있는 지금의 상태는 각각을 섬으로 고립시킨다. 연남동, 가로수길 등이 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는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오기도 하지만, 건축주들에게 당신도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동참하라고 역으로 제안한다.

Q. 집을 처음 의뢰하는 건축주는 원하는 것을 어떻게 말하는지 어려워들 하던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 잘 모른다. 딱 짜여진 아파트 평면을 벗어나기 힘들어한다. 내가 창문이 큰 걸 좋아하는지, 작은 걸 좋아하는지 등 고민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엔 잡지 사진이나 핀터레스트 이미지를 많이들 보여주는데, 우리나라 기후에도 안 맞고 대지 규모도 달라 톤앤매너를 정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가족과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해보라고 권한다.

Q. 다양해지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어 집은 어떻게 변화할까?

건축가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는 반면 주택은 귀를 열어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더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우리가 더 유명해지고 더 잘하게 된대도 이 마음은 변함이 없다. 집에 대해서만큼은 건축가의 개성보다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집요하게 물어보고 고민해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