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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of vagabond

[강원]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한 고성 단독주택 본문

노출콘크리트/국내(기타)

[강원]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한 고성 단독주택

자두살구네 2023. 4. 12. 15:41
 

꼭두머리집

연어가 물길을 거슬러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듯, 사람에게도 일생에 걸친 느긋한 관성이 있다. 우리는 이를 귀향 歸鄕이라 부른다. 의뢰인 또한 태어나고 자랐던 고성에서 은퇴 이후의 삶을 그리기 위해 건축가를 찾았다.​

설계에 앞서 건축가가 무게를 둔 것은 땅과 집이 가진 이야기이다. 8대에 걸쳐 내려온 집이 있었기에 정리할 것과 남길 것을 분류하는 작업을 선행했고, 기존 사랑채의 전통적 요소와 함께 오랜세월 자리를 지킨 우물과 고인돌을 설계 요소로 활용했다.​

그렇게 기존 집을 하나둘 정리해 드러난 계단식 땅에는 세 개의 마당이 들어섰다. 옛 사랑방처럼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사랑채 터에 만들어진 아랫마당부터 외부로부터 차단되어 프라이빗하게 기능하는 위엣마당, 주방과 위엣마당을 연결하며 갤러리 같은 무드를 선사하는 우물마당이 있다.​

이에 더해 집은 우물을 변곡점 삼아 꺾이며 자리한다. 일률적인 2층 주택이 늘어선 마을을 등지고 저수지와 봉화산 자락이 펼쳐진 남쪽을 향해 열려 있다. 우물을 중심으로 의뢰인 내외 공간과 손님 공간으로 나뉘며, 입면과 같은 적삼목 루버 창으로 일조량을 조절한다.

 

△ 기존 땅에 자리하고 있던 목조 형식의 사랑채, 시멘트로 다시 만들어진 우물, 고인돌 @건축사사무소 터틀
△ 우물마당 단면 다이어그램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건축가는 건축주와 긴밀한 상의를 통해, 이 땅에서 정리할 것과 남겨둘 것을 분류하는 작업을 선행하였다. 대지는 8대손에 걸쳐 내려온 땅이자, 건축주의 부모님께서 생전 사시던 곳으로 양옥 형식의 주택과 외양간, 그리고 조상들이 거주했을 전통 목조형식의 사랑채가 있었다. 이에 건축주와 협의를 통해 양옥과 외양간은 철거하되, 사랑채는 ‘해체’ 후 목재와 기와, 주춧돌 등의 전통 건축 재료를 새로 지을 집에 활용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사랑채 터, 우물, 고인돌, 나무 등 남겨둘 것을 제외하고 하나둘 드러내고 나니 땅이 본래 가지고 있는 계단식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에 땅이 가진 샘기새와 기존의 것을 해치지 않고 집을 앉히기 위해 여러 높이의 입체적인 마당을 조성한 건축가. 특히 오랫동안 사용했다는 우물을 프로젝트의 핵심 주제로 보고, 설계의 시작부터 도면의 축선과 시공의 기준점 역시 이 우물을 기준으로 작업하였다.

대지가 위치한 마을은 원래 살던 이들이 많이 떠나고, 외지인들이 유입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대지 남쪽에는 저수지와 산자락이 펼쳐져 있는데 반해 북측에는 근래에 지어진 일률적인 2층 주택들이 많이 보인다. 약 500m 떨어져 있는 저수지를 고려한 층 설정으로 예상되나, 2층 높이에서 뷰를 확인해보니 멀리 떨어져 있는 저수지를 보기 이전에 인근의 축사 지붕들이 먼저 시야에 걸렸다. 이에 꼭두머리집은 마을을 등지고, 공간과 창이 대지를 낮게 빙 둘러가며 감싸는 봉화산 자락과 드넓게 펼쳐진 자연을 향하도록 계획했다. 그리고 산세에 어울리도록 단층으로 낮고 길게 뻗어가는 형태의 집을 상상해 대지의 형상을 따라 꺾어가며, 자연스럽게 남쪽의 자연을 향해 열리는 집을 완성했다. 건축주의 조상이 이곳에 터를 잡을 때 심었다는 느티나무를 기준으로 집의 변곡점을 계획해 집안 어느 창에서 바라보아도 이 나무가 보이는 집이다.


아랫마당, 우물마당, 위엣마당

세 개의 마당은 기존 땅이 가진 계단식 형태를 살려 다양한 높이로 계획되었다. 건축가는 각 마당이 가진 특색에 맞게 이름 짓고, 집과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였는데, 먼저 옛 사랑채 터에 만들어진 아랫마당의 경우 사랑방에 손님들이 머무르듯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계획한 곳이다. 대지 레벨보다 60cm 낮은 바닥과, 2m 높이의 벽체를 통해 바깥으로부터 오는 차폐와 소음을 걸러내고, 집안의 시제 기능을 겸할 수 있도록 크기를 조정했다.

△ 대지 높이를 반영하여 배치한 집
△ 아랫마당에서 바라본 집
△ 우물과 고인돌이 있는 우물마당

우물과 고인돌이 있는 우물마당은 주방과 위엣마당을 연결하는 중간 영역이기 때문에 동선을 위한 공간 이외에 특별한 기능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주방에 통창을 두어 우물과 고인돌, 그리고 내부에서 외부로 이어지는 15m 길이의 노출콘크리트 벽체가 보이도록 하여 주방이 갤러리와 같은 무드를 가질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이러한 우물 당을 지나면, 대지 레벨보다 1m 높은 위엣마당이 나온다. 배롱나무가 한그루 있고, 대지 경계의 측구로 인해 마당보다 1~2m 높은 경사지로 둘러싸여 있어 주변으로부터 차단된 프라이빗한 마당으로 기능한다.

△ 주방에서 바라본 우물마당
△ 비스듬히 열린 우물마당의 천장을 통해 빛을 들이는 주방
△ 위엣마당에서 바라본 집
△ 느티나무가 있는 위엣마당
△ 마당에서 바라본 입면 루버도어

마을 방향인 북측을 등지고 남측 자연으로 최대한 열어두는 것을 염두에 둔 건축가는 북측에는 고측창을 두어 마을 대신 산봉우리와 하늘이 보이도록 하고, 남측에는 통창을 두어 최대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남측 창들은 입면과 같은 적삼목 루버 도어를 적용해 필요에 따라 완전히 열거나 닫을 수 있도록 해 남부지방의 무더위를 고려해 일조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 마당에서 바라본 거실
△ 적삼목 루버 도어를 통해 아랫마당과 남측 자연으로 열리는 거실
△ 주방과 거실을 잇는 나무 슬라이딩 도어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는 건축주의 요청에 따라, 공간 배치는 집의 변곡점을 중심으로 건축주 내외가 사용하는 공간과 손님들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나뉜다. 건축주의 공간과 손님 공간 사이에 거실과 부엌을 배치하고, 각 공간 사이에 슬라이딩도어를 두어 필요에 따라 공간을 분리할 수 있고, 평소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닫아 두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아랫마당 쪽에는 클라이언트가 특별히 요청한 공간인 찜질방을 두었다. 대대로 내려온 땅의 성격에 기반하여 찜질방을 전통 방식의 ‘구들방’으로 조성하기로 협의했다. 그리고 구들 시공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현대 난방시설과 전통 구들이 공존하는 디테일로 계획 및 시공하였다.​

△ 안방
△ 하늘을 담는 서재 앞 테라스
△ 구들방에서 주방과 우물마당으로 통하는 복도

꼭두머리란 경상도 방언으로 꼭대기를 뜻하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꼭두머리집이란 잿배기마루 맨 꼭대기에 있는 집 또는 머리가 꼬부라져 곡두형(曲頭型)으로 지어진 집을 일컫는 말이라 한다. 집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해석하는 것에서 시작해 집안 어르신께서 지어주신 이름을 붙이며 마무리되었다. 의미 있는 서사를 가진 집의 중심에는 곳곳에 녹아있는 삶의 흔적을 존중하며 작업을 이어 나갔던 건축가의 진심 어린 마음이 있다.

 


건축개요

위치: 경상남도 고성군 대가면 유흥리
용도: 단독주택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규모: 지상 1층
대지면적: 1,478㎡ (447.1py)
건축면적: 199.76㎡ (60.43py)
연면적: 196.68㎡ (59.5py)
건폐울: 13.52%
용적률: 13.31%
사진: 이강석(사진), 홍성호(드론 및 영상)
시공: 정원CID
설계: 건축사사무소 터틀 / 02-6959-8656